간접 살인. 보호자라는 미명하에 또 한 번의 암묵적인 살인에 동의했다. 이번이 처음이 아니니까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괜찮지가 않아. 유난히도 이런 부탁을 자주 받는다.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 이유도 있겠고 부탁을 하는 사람의 인간관계와는 완벽하게 차단된 제 3자로서의 위치가 너무도 명확하니까. 아니, 어쩌면 제일 만만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어. 순번을 기다리다 보호자와 당사자의 이름을 부르길 기다릴 때 쳐다보는 간호사의 그렇지 않은 듯 왠지 모를 불편한 시선에 나는 정말 아무런 잘못이 없음에도 고개를 들지 못 한다. 모든 일이 끝난 뒤에 갑자기 어깨가 무거워진다. 아니 몸이 무거운 게 아니라 마음이 무거워진 거겠지. 내가 그런 게 아닌데, 내가 왜 이런 짐을 떠안아야 하.. 더보기 이전 1 ··· 305 306 307 308 다음