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Thinkabout

예비군 훈련 後..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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지난 3년간은 경북대 소속으로 훈련을 받다가 졸업을 하고
이번에 처음으로 내 고향의 동대 소속으로 훈련을 받았다.

가장 큰 차이점은 학교 소속일 경우 1년에 8시간만 받으면 끝나고
졸업 후에는 1년에 36시간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차이라면 차이랄까.

이번에 받은 훈련은 동미참 2박 3일
즉, 하루에 8시간 씩 총 24시간 받는 훈련이다.

사람을 사귀는 재주가 없는 나로써는 가봐야
그냥 시간만 때우고 오는 것 뿐일테지만
그래도 '어떤 사람이 있을까' 하는 궁금증을 충족시킬 겸
가벼운 마음으로 훈련을 다녀왔으나
다녀온 지금은 참 기분 '아햏햏'하다. -_-

사람을 학력으로 평가하면 정말 나쁜 일이라는 건 알지만
학교에서 대학생들과 훈련을 받을 때와 여기서 받을 때는 진짜 너무 수준이 차이가 난다. -_-;;

학교에서 훈련을 받을 땐 껄렁껄렁 한 듯 해도
조교나 교관이 어처구니 없는 지시를 하지 않는 한 최대한 그 사람들이 힘들 걸 배려해서
신속하게 이동하거나 지시를 잘 따른다.
그렇게 지시를 잘 따라주니 조교들이나 교관들이 단체로 휴식을 잘 시켜주는 편이고.

또한, 담배를 핀 후 대부분의 훈련받으러 온 학생들은 가능하면 휴지통을 찾아서 버리며
담배를 모두 털어버린 후 주머니에 버린다.

그런데 여기 동대는 이건 아니다 싶다.

인원파악시 두 세 명이 없어지는 건 초반의 기본이며, 조교나 교관의 말은 완전 개무시 일수.
교관들은 '말 잘 듣는다'하는데 얼굴을 보면 짜증나기 일보직전인 게 빤히 보인다.
또, 담배를 필 땐 가능하면 열외해서 비 흡연자나 현재 흡연하지 않는 주변사람들을 피해
피는 게 기본 아닌가?

줄 다 서 있는 한 가운데에서 짜증나는 담배를 피워대는 그들은..
진짜 이래서 수준이 이것밖에 안 되는가보다라는 것을 절실하게 깨닫게 해준다.
비흡연자인 나는 훈련 받는 2박 3일 동안 나는 아마 담배를 한 보루는 피웠을 거다. -_-
(완전 돌아가시는 줄 알았다 -_-)

담배 피는 모양새가 이런데 버리는 건 오죽하겠는가.
그들은 모든 장소가 재떨이며 휴지통이니.. 휴... -_- 훈련받는 내내 짜증이 나더라.

그리고 뭐, 사실 남자들이 모이면 돈 이야기나 여자 이야기를 하는 게 당연하다 생각이 들지만
(여자들도 모이면 돈 이야기나 남자 이야기 하는 것 이미 충분히 알고 있다-_-)
이야기 나오는 족족 여자를 몇이나 따먹었느니, 자기 차 자랑부터 시작해서
자기 연봉자랑에... 옆에 좀 못 버는 친구들을 개무시하듯 이야기를 하는 그는
고졸 후 곧바로 취업해서 현대자동차 엔진 조립라인에 근무중인 남자였는 듯.

여기 저기서 들려오는 이야기는 전부 여자 따먹는 방법과, 수법들 강좌에
현재 여자친구와 얼마나 잤는지에 대한 진행상태...

그리고 그들에게 있어서 그녀들의 성욕은 성 도착증 환자를 능가하고,
우리나라의 모든 여자들은 창녀와 다름 없으며,
처녀라는 종은 이미 조선시대에 멸종되었다.

사귄지 2개월 만에 첫 관계를 맺었다는 어떤 친구에게
'그렇게 오래 걸렸냐?'라는 비꼬는 말에 어이는 일찍 안드로메다로 광속 이주해버렸고,

교장의 분위기는 마치 친오빠, 동생 사이의 근친상간 이야기가 나와도 무리없을 그런 분위기였으니

이건 해도해도 너무하지 않는가.
이 무리에 속해있는 나도 같은 남자라는 게 참. -_-

게다가 말이 'SsiBal'로 시작해서 추임새로 남근(Penis)이 문장의 2/3를 차지하며
'Ssibal'로 문장은 종료된다. -_-
그들의 언어 구사 수준을 한껏 느낄 수 있는 부분.

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으면,
이런 이야기가 들려와서 그 사람의 얼굴 표정을 보고 있으면,
한껏 부풀리고 포장하기 바쁜 그의 머릿속에 눈에 빤히 들여다 보인다는 것이다.

대화내내 어떻게 하면 그 이야기를 듣는 현재 고향에서 일하며 자기보다 월급을 덜 받는 친구들이
더 부러워하며 자기를 쳐다봐 줄까 고심하는 눈빛이 역력하며
친구들이 점점 더 호응해 줄 수록 그의 눈빛에는 만족감이 한 가득 보이고,
또한 점점 더 친구들을 깔보는 그의 태도가 보인다.

'언제 술 한 잔 살테니 연락해라'라는 말에는 거만함이 잔뜩 묻어나고 말이지.

그들에게,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 꼭 그런 식으로 자신의 자랑으로 하여
패배감을, 질투심을 느끼게 해주어야 직성이 불리는지 솔직히 나는 이해가 잘 안 된다.

나는 이러지 말자, 나는 이러지 말자라고 수 없이 되뇌이고
가능하면 훈련은 충실히 받고 조교의 지시에도 충실히 따르며
그들의 힘듦을 이해하고자 노력했는데

그런데
이들 속에 있으니

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

왜 내가 바보가 된 기분이 드는걸까.

연봉 4000씩 받는 그들보다 자유로운 삶을 누리고 있어 행복한 나였는데,
그 앞에서는 능력없는 인간으로 전락해버리는 것 같았으며

그들과는 비교해서 여자들을 많이 '따먹지' 못한 내가.
아니, 그다지 많은 여자들을 만나는 것 조차 하지 못한 내가 참 바보 같았고
가능하면 내가 만나는 사람들의 마음과 순결을 지켜주고자 한 나는
완전한 인생의 패배자가 된 기분이었다.

참 아이러니 하지 않은가?

완전 하급부류로 취급한 그들에게서 그렇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나는 패배감을 맛 본다.
훈련 내내 느낀 씁쓸한 담배연기 맛 처럼.
(나도 은근히 그런 삶을 바란 것일까?)

하지만 그들보다 내 삶의 질이 높았음을 또한, 누군가에게 내 삶을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음을
나는 또한 느낀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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