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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쁜 여자 이야기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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한 여자가 있습니다.
자신보다 더 사랑한 아니, 자신의 전부였던 남자에게
헤어지자는 말을 들은 그녀.
 
담담하다 못 해 차갑기까지 한 그의 음성에
그녀는 그를 잡을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그냥 고개를 끄덕이며 돌아섭니다.

그의 앞에서 돌아서는 그 순간부터 견딜 수 없는 그의 빈자리가 느껴집니다.

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 이런 것일까요?
그저 눈에서 눈물만이 흘러내립니다.

단순히 아프다, 힘들다는 말로는 표현을 할 수가 없는, 내 반쪽을 도려낸 느낌.

아무것도 할 수가 없습니다.
그녀의 곁엔 당연한 듯 항상 그가 있었으니까요.

무엇을 해야할지, 어떤 생각을 해야하는지.
모든 것이 함께였는데 생각을 하면 할 수록 커져가는 것은 겉잡을 수 없는 그의 빈자리.

그런 그녀에게 힘을 내라고 다독여주는 오랜 친구가 있습니다.
다른 좋은 사람을 만날 거라고,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잊게 될거라고.

그녀의 귀엔 그런 말이 들어오지도, 마음에 와닿지도 않습니다.

하지만 이상하게도 이 사람과 있을 땐 슬픔이 잦아듭니다.
누군가 그의 빈자리를 대신 채워주고 있다는 느낌.

이 남자를 사랑하고 있는 것일까 반문해보지만 그녀가 사랑한 사람은 그 사람뿐.

하지만 견딜 수 없는 빈 자리에, 너무나도 큰 그의 빈 자리에, 그녀는 그를 대신해 이 사람을 곁에 두게 됩니다.
그의 따듯한 체온이 그리울 땐 이 사람의 품에 안기고,
그의 목소리가 그리울 땐 이 사람에게 전화를 하고.

그렇게 그렇게 시간이 지나며
'내가 정말 그를 사랑했을까'라는 의문이 들 무렵,
조금씩 그의 빈자리가, 그로 인한 아픔이 사라집니다.

그렇게 그녀가 빈자리를 지워가는데 큰 힘이 되어준 이 남자에게 고마움을 느낍니다.
하지만 이 사람을 아직도 사랑하지는 않습니다.
그저 예전 그 사람의 빈자리가, 아픔이 너무도 컷기에 그냥 위로받기 위해 옆에 둔 것일 뿐인데..

그녀는 이제 다른 사랑을 할 준비가 되었습니다.
하지만 이별 후에 항상 내 곁을 지켜준 사람에게 미안합니다.
그렇지만 이 사람을 사랑하지도, 사랑할 수도 없습니다.

처음부터 사랑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기에.
그저 그를 대신해 옆에 둔 것이라는 생각이었기에 그녀는 미안함을 느낍니다.

그를 보내기로 결심을 한 그녀.

정말 오랜 친구를 잃는다는 생각에 두렵습니다.
또 이 사람을 그저 내가 힘들다는 이유로 이용했다는 것에 죄책감을 느낍니다.

하지만, 둘 모두를 위해.. 아니 더 솔직한 표현을 하자면 다른 사람을 사랑할 준비가 되어 있는
자신을 위해, 더 나은 사랑을 찾기위해 그녀는 그를 보내기로 합니다.

마음의 결심을 한 그녀.

이 사람을 보내는 그 순간, 그녀는 자신을 나쁜 여자라 스스로 욕합니다.
더 좋은 여자 만나라고, 나같은 나쁜 여자 만나지 말고 좋은 사람 만나라고
그렇게 자신을 욕하며 그를 보낸 그녀.

그런데 왜 또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는 것인지 그 이유를 그녀는 깨닫지 못합니다.

눈물 흘리는 그의 앞에서 돌아서는 그 순간.
그녀는 느낍니다.

그녀가 처음 사랑한 사람의 빈자리가 아닌
그의 빈자리가 커져가는 것을.

그녀는 모릅니다.
그의 빈자리를 자신이 지운 것이 아닌, 이 사람이 채워주었다는 것을...

그것을 모르는 그녀는 나쁜 여자입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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